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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상들은 씨를 뿌려 곡식을 거둔 다음 좋은 종자를 골라 다음 해 농사에 사용했다. 파종한 후에 수확하고, 저장하고 다시 파종하는 이 과정은 오랫동안 내려온 자연의 섭리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왜일까?
1. F1종자
종자는 수확한 농작물에서 씨앗을 받아 파종하면 다음 세대에 같은 작물이 자라나는 씨앗을 고정종자라고 하고, 새로운 씨앗을 구입해야 한다면 F1종자라고 한다. F1이라는 건 멘델의 유전법칙에서 봤던 용어인데, 잡종 1세대를 말한다. 여기서 F는 '자식'이나 '자손'을 나타내는 라틴어에서 왔다고 한다. 이 F1종자는 다음 세대로 내려갈수록 우수한 형질이 유전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 씨앗을 받는다고 해도 열매가 제대로 열리지 않기 때문에 파종할 수가 없다. 시중에서 파는 작물의 종자는 대부분 F1이다. 이것이 매년 종자를 구입해야 하는 이유다.
2. 몬산토
종자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회사가 몬산토다. 애초 미국기업이었는데 2018년 독일의 바이엘에 인수되었다. 우리가 아는 아스피린을 만드는 그 회사다. 몬산토는 1901년 존 프란시스 퀴니라는 사람이 세웠다. 몬산토는 1940년대에는 합성섬유와 폴리스티렌 등의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했다. 화학무기와 살충제 등을 판매하며 몸집을 키웠고 1982년에는 세계 최초로 식물의 유전자 조작에 성공했다. 몬산토는 전 세계 유전자 변형식품의 90%에 대해 특허를 가지고 있으며 유전자 변형 품종의 종자를 전 세계에 수출한다. 실로 어머어마한 강자가 아닐 수 없다. 현재 세계의 종사 시장은 바이엘, 중국 화공, 다우케미컬 등 3개 기업이다.
1998년 몬산토에서는 자살씨앗이라는 종자를 만들었다. 일명 터미네이터 기술이라고도 불린다. 종자에 항생제 같은 화학물질로 자극을 주어 2세대 씨앗이 자랄 때 독소가 분비되어 스스로 죽게 만드는 유전자를 집어넣는 것이다.
터미네이터 기술은 농부들이 수확한 씨앗을 다시 심을 수 없게 할 뿐만 아니라 매해 종자회사가 만든 종자를 사게 만든다. 결국 작물재배의 주체가 농부가 아니라 종자회사가 되는 것이다.
전세계의 농민들과 소비자단체는 몬산토의 이런 정책에 항의했고 결국 몬산토는 터미네이터 기술을 상업화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몬산토가 황금시장을 순순히 포기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흥농종묘와 중앙종묘를 인수한 회사를 몬산토가 다시 인수해 몬산토코리아를 만들면서 국내 농가가 부담하는 로열티 액수는 급증하고 있다. 무, 배추, 고추 등의 토종 채소의 종자도 반 이상이 다국적 기업의 소유라고 하니 놀랍기만 하다.